[201309 / 배려] 부족하나마. by 란테곰
어? 올 거라곤 생각도 않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고 왔어? 오느라 고생했겠다 야.
아뇨아뇨. 와야죠. 힘내세요 누나. 어떻게, 좀 괜찮으세요? 지금 많이 우시면 나중에 힘들어요.
응. 지금은 괜찮아. 내일 발인하면서, 그리고 보내드리면서 그르지 싶다. 지금은 괜찮어.
밥 잘 챙기시구요. 밥심으로 버텨야니까. 오늘이 둘쨋날이니까 가장 많이들 오실거잖아요. 몸살 조심 하시구요.
그래. 첫 날엔 밤만 보냈으니까 잘 몰랐는데 둘쨋날 되니까 낮에도 많이들 오시니까, 앉았다 일어났다 계속 하니까 몸이 그렇더라. 안그래도 잘 먹고 있는데, 몸살 날 것 같어 정말로.
그죠. 비가 와도 오실 분들은 오시니까. 힘내세요. 장례는 어디서 지내요? 작년에 저희 친척 분도 여기서 계시다가 저 쪽에 모셨었는데.
아, 우린 거기 아니라 다른 곳으로. 좀 멀어. 배고프지? 밥 먹어라. 나 저 쪽에 인사 좀 드리고 올게.
너 일자리는 구했냐?
아뇨. 아직. 자리가 없네요.
그러게 왜 나갔어. 진득하게 있지.
아, 그게 제가 싫어서 나간 게 아니잖아요 누나. 계약 기간 다 됐다고 쫓겨난건데.
하긴 그렇지. 그나저나 얼른 일자리 구해얄텐데 걱정이다.
그르네요. 누나 지금 있는 곳은 어때요? 할 만 해요?
뭐, 그럭저럭? 여기도 나쁘지 않아. 그래도 역시 거기 있을 때가 재밌고 좋았긴 하지만, 애들 챙기기 훨씬 편하니까.
아, 맞다. 그렇겠네요. 내년엔 학교 들어가죠?
응. 애들은 벌써부터 기대하고 난리 났어. 아.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누구 만났는데, 시간 있냐고 묻더라? 나 애들 데리러 가야 된다니까 너 만나기로 했다고 하더라고.
네, 얘기 들었어요. 안그래도 그 날 그 얘기 듣고 누나 보고 싶다 그랬는데.
그르게. 나도 가고 싶었는데 애들이 있으니까 쉽지가 않네. 아, 나 잠깐 저 분들한테 인사드리고 올게.
갈게요 누나. 힘 내시구요.
응. 와줘서 정말 고맙다 야. 집까지 갈라면 한참 걸리겠는데?
에이 뭐 얼마나 걸린다구요. 밥 잘 챙기시구요, 몸살 안 나게 조심하세요. 잘 보내드리시구. 나오지 마세요.
그래. 비 오는데 조심해서 가라. 고마워.
두시간 반 걸려 찾아가 한 시간 반을 있으며 우리가 나눈 대화는 저것 뿐였다. 하지만 내 경우엔 누군가 일부러 찾아와 내게 힘내라는 말 한 마디를 건네준다는 사실 그 자체로도 큰 힘이 되었었고 또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기에, 그저 1~2년 스쳐지나간 인연으로 마무리될지언정 비 오는 토요일 오후에 불편하기 그지 없는 정장을 입고 먼 길을 찾아가는 것마저도 기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