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01303 / 편]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내 편' by 에일레스

에일레스. 2013. 4. 1. 01:07

A가 B의 편이다-라는 할 때, 이 문장에는 어떤 뜻이 있을까.

A는 B의 의견에 동조하고, B와 같은 자리에서 같이 싸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A가 항상 B의 편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까?


세상에서 진정한 내 편이 되어줄 단 한 사람을 생각해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부모님, 그 중에서도 특히 '어머니'를 말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어머니는 자식에 대해서 무조건적이고 희생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예뻐도 못나도, 어머니는 오직 자신의 배로 낳은 자식이라는 이유로 자식에게 절대적인 애정을 바친다. (물론, 안 그런 경우도 많이 있지만..)


오늘 말하려고 하는 영화는, 온 세상이 다 등돌려도 자식의 편을 들어주던 단 한 사람, 그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더 (2009)

Mother 
7.9
감독
봉준호
출연
김혜자, 원빈, 진구, 윤제문, 전미선
정보
드라마 | 한국 | 128 분 | 200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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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약재상을 하는 (김혜자)에게는 나이는 먹을만큼 먹었으나 어수룩하고 제 앞가림도 못하는 아들 도준(원빈)이 있다. 엄마는 그저 도준만을 바라보며 산다.

어느 날, 마을에서 여고생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도준이 살인범으로 지목된다. 엄마는 아들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좀처럼 엄마의 말에 귀기울여 주지 않는다. 엄마가 도준의 변호를 의뢰한 변호사도 돈만 밝히고 계속 비협조적이다. 어쩌면 정말 도준이 여고생을 살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엄마는 추호도 하지 않는다. 도준에게는 오직 엄마 뿐이라고, 자신만이 도준의 편이라고, 엄마는 진심으로 믿고 있다.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은 이렇다.
죽은 여고생이 생계 때문에 원조교제를 하고 있었고, 그렇게 만난 남자들의 사진을 몰래 찍어놓고 있었다. 진범이 그들 중 하나일거라고 생각한 엄마는 여고생의 핸드폰을 어렵게 입수하고 도준에게 사진을 보여준다. 사진들 속에서 도준은 현장에서 봤던 얼굴을 생각해내고, 엄마는 문제의 그 인물, 고물상 노인을 찾아간다.

 

 

 

 

 

 

 

 

 

 

 

 

 

 

 

 

 

 

 

 

 

 

 

 

 

 

 

 

 

 

 

 

 

 

 

 

 

 

 

 

 

 

 

 

 

 

 

고물상 노인은 여고생의 원조교제 상대 중 하나였으며, 사건의 진짜 목격자이기도 했다. 엄마는 그의 이야기 속에서 부정할 수 없는 진실과 맞닥뜨린다.

노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 충격은 엄마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엄마의 뜨거운 모정에 경도되어, 영화를 보는 사람들 마저도 도준이 진짜 범인이 아닐거라고- 누명을 쓴 걸거라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진실을 알게 된 엄마의 다음 행동은 어떘을까.

 

 

 

 

 

 

 

 

 

 

 

 

 

 

 

 

 

엄마는 '생각'이라는 것을 할 겨를도 없이 바로 행동을 취한다. 엄마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진실을 알아내는 것이 아니었다. 아들을 보호하는 것, 그것이 처음부터 엄마의 단 하나뿐인 목적이었다. 아들을 해하려고 하는 것은 그저 위협에 불과했다. 엄마는 아들을 위해 모든 위험을 없앤다. 엄마는 그저, 완전히 아들 편을 들 뿐이었다.

 

이것은 곧 도준 대신 진범으로 체포된, 스스로를 죽은 여고생의 '애인'이라고 주장한다던 '기도원을 탈출한 종팔이' 라는 아이를 만나는 장면과 이어진다.

 

 

 

 

 

 

 

 

 

한눈에 봐도 장애가 있어보이는(아마도 다운증후군으로 추정되는) 종팔에게, 엄마는 부모님은 계시냐고, 엄마 없냐고 물으며 눈물을 쏟는다. 종팔이 도준을 대신해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된 것은, 엄마처럼 그를 빼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무슨 짓이라도 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인 것이었다.

 

 

사랑은 숭고하다고들 한다. 어머니의 사랑은 특히나 더 그렇다. 그것은 조건없이 맹목적으로 주어지는 사랑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랑은 위험하다. 오직 둘 사이에서만 존재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에서 뉴스에서 지나친 사랑으로 인해 벌어지는 기막힌 이야기들을 듣곤 한다. 지극히 영화적으로만 보이는 이 이야기가 그저 픽션만은 아니라는 것을 가끔 생각하며 공포를 느낀다.

 

물론 내가 그 맹목적인 사랑의 대상이 되었을 경우라면, 오히려 난 든든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둘도 없는 강력한 '내 편'이 있다는 얘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