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 / 금] 실종. by 란테곰
사족. 등장인물에 따라 글씨체로 구분한 것만으론 알아보기 힘들다면 색을 넣거나 기타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겠다.
야, 걔 좀 너무하지 않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음. 이렇게 말하긴 좀 그렇지만. 둘 다 아직 어리잖냐. 어린 나이에 좋다고 그냥 바로 식 올리고, 혼인신고하고, 그러고 같이 사는데 너무 안 맞는다. 정말 너무 힘들다. 그렇게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서로 긁고 긁고 하다 크게 싸우고, 헤어지고, 서로서로 이혼남 이혼녀 달게 되는 것보단 낫지 않아?
에이, 그렇게 말하자면야 그렇지. 그래도.
같이 살기 힘들 정도로 뭔가가 있었나부지. 속사정을 어떻게 알어.
그거야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마무리를 할 수가 있어. 이건 쿨한게 아니라 예의가 없는거라고. 안되겠다, 안녕. 꼴랑 그거 적은 쪽지 하나 놔두고 나가서 연락 끊는걸로 끝낸다는게 말이 되냐.
그래, 그 말 맞다. 결혼할 생각이 있으니까 그랬을텐데... 어, 왔다. 여기야 여기. 얼른 와.
얼굴이 썩었네 썩었어. 한 잔 받아라.
야, 걘... 연락 되냐.
아니, 통화 자체가 안돼.
에후, 뭔 말을 하겠냐. 한 잔 더 받아라.
얘기를 자세히 듣질 못해서 뭐라 묻기도 뭐한데, 왜 그런 것 같냐.
몰라. 모르겠네. 나도 그게 제일 궁금한데. 전화도 안 받고 이메일은 읽지도 않아. 그래서 답답해 미치겠는거지. 평소에도 그렇지만 뭐 메일이나 문자같은 거 쓰면 말 길게 하는 타입은 아니었지, 딱 할 말만 하고. 그래도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는 얘기는 확실히 하는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어버리니 뭐 알 수가 없어.
뭐 연애하면서 계속 쌓였던 문제가 있었다거나, 최근에 크게 싸웠다거나. 그런건 아니냐.
그런 것도 없어. 니들도 알지만 내가 걔 만나면서 담배도 거의 끊다시피 했잖어. 담배냄새 싫다고 해서. 그렇다고 뭐 크게 싸운 것도 없지. 그야 사람이니까 부대끼다보니 몇번 투닥투닥하긴 했어도 뭐 심각하게 간 적은 거의 없었고, 그래서 금방 서로 미안하다 하고 화해하고 그랬다고. 게다가 애초에 안되겠다 싶은 사람이면 결혼하기 전에 몇 달이라도 같이 살아보자 했을때 오케이 할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
그치. 그렇지.
그럼 결국 살아보다가 뭔가 정말 안 맞는다 싶은 것이 있어서 그렇게 나가버렸을건데. 그게 뭔지 도통 감이 안 와. 연애할 때에 비하면 싸우는 횟수도 부쩍 줄고, 연락도 더 자주 하게 되고... 오히려 전보다 사이가 좋아졌었그든. 커플링도 안 하고 있다가 같이 살면서 했잖아.
아아, 맞다 그래. 그랬었어. 그 실반지.
응. 그 전까지는 서로 헤어질지도 모르니까 그런거 하지 말자고 나도 그랬고 걔도 그랬었는데, 같이 살게 되니까 하자고 그러더라고. 나도 이젠 이런걸 해도 괜찮겠다 생각했고, 그래서 이왕 하는거 좀 무리하더라도 괜찮은걸로 하려고 했는데 그냥 이걸로 하자더라고. 자긴 이렇게 수수한게 오히려 좋다면서. 뭐 박히고 반짝거리고 그런건 예물로 받을테니까 그 돈 잘 챙겨두라고 웃으면서 얘기하고 그랬었는데...
그래? 음...
야야, 한 잔 더 해. 마시고 풀어.
그러니까! 내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는질 모르겠다고오! 씨발 확실하게 얘기를 하고 가던가!
야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소리를 지르고 그르면 어떡하냐. 얘 취했다. 집에 보내야겠네. 사장님 여기 계산 좀요.
친구야, 가자. 집에 가자고.
씨발 난 그냥 못 가! 데려와! 데려오라고!
야야, 조용히 가자. 사장님 죄송합니다.
씨발!!!!
뽀그딕뽀딕.
친구야어제미안했다.고맙고.그리고,연락왔다.
야, 연락왔다고?
응. 편지같은게 왔어. 뭐 우표도 없고 찍힌 것도 없고... 우편함에 놓고 갔나봐.
뭐라디?
뭐. 달리 할 말 없고, 미안하대. 그냥 미안하대. 미안하단 말만 써있네.
다시 보자는 말도 없고? 이유도 말 안 하고?
응. 그냥. 미안하다고만... 반지도 같이 넣어서 놓고 갔더라.
야, 뭐 그런게 다 있어. 전화 해봤어?
...편지 보자마자 전화했는데, 없는 번호랜다.